2017. 1. 16 월요일

아침에 나서면서 생각했다.
열시쯤 나가서 오후 네시쯤 하루일정을 마치면
아이에게 무리가 없겠다.
어른으로 치면 너무한가싶은 널널한 스케줄이지만 
아이나 나나 이정도가 딱 좋다.  

계획은
'천문대-현대미술관-보태닉가든'이었는데
계획은 계획이었을 뿐.


천문대 가는 길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서큘러키Circular Quay에서 바로 왔더니
멀지 않고
(지난번에 너무 록스지역을 돌았음;;)
언덕이 있대서 걱정했는데
걱정할만큼은 아니었다.



올라가는 길에 발견한 하버브릿지 건너갈 수 있는 곳.
록스에 있는 브릿지 클라이밍 하는곳이랑은
완전 다르다.
그쪽에서 헤맸었는데...
밀슨스포인트Milsons point 쪽에서
건너오는게 멋지다고 한다.(밤에)

건너편이 바로 천문대 공원Obsevatory Hill Park
생각보다 소규모이지만
올라가면 이렇게 멋진 풍경이-


Harbour br. @Observatory hill park

날이 너무 쨍해서 걱정했지만
이렇게 큰 나무들이 곳곳에-


a big tree @Observatory hill park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어서
나무그늘에서는 오히려 추웠다.
그늘과 햇볓을 왔다갔다-
이 할 일 없는 곳에서
우리는 장장 세시간을 놀았다ㅋ

웨딩촬영하는 커플도 있고
-하나도 안부러웠음-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음.
개별, 그룹, 복싱 등등

아이는 신나게 나무사이를 왔다갔다하더니,
평소 꿈 중에 발레리나가 있었는데
"엄마 나 발레리나 말고
나무가 아픈가 안아픈가
관찰하고 두드려보고 치료해주는 애가 되고 싶어.
나무 열매도...
나무에서 화석도 꺼내고 싶어(응?)
그런애가 되고 싶어"
라고 말해주었다.

"엄마 나무의 목소리를 들어봐"
(응??ㅎㅎ)



그냥 가긴 아쉬워
천문대도 잠시 둘러본다.


시드니 천문대Sydney observatory

이 곳 아이들 방학이라 곳곳에서
소소한 체험거리가 있다.
난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딱
자기 눈높이에 맞는것을 찾아낸다.


고고학자Archeologist 체험

그리고 타임캡슐 만들기


타임캡슐 만드는 중.

커서 어떤사람이 될건지 쓰는칸에
나무 관찰하고 치료해주는 사람 될거라고
깨알같이 나무와 나뭇가지 열매를 그려놓음
지금 이순간이 웃는표정이어서 좋다:-)

이만큼 놀고나니 다시 서큘러키쪽으로
가기가 싫어졌다.
그냥 달링하버쪽으로 가서
놀이터나 갔다 갈까?
라는 마음으로 Kent St.쪽으로 내려간다.

집에올때 서큘러키에서는 갈아타야하고
타운홀은 한번에 오는 트레인이 있어서
그게 편하기도 했다.

20분 이상 내려가는 길이
지루했는데
가는길에 이런게 있네?



Barangaroo? 뭐지?
하고 바다쪽으로 갔다
저멀리 멋져보이는 공원을 보고
저긴 가봐야겠다해서
가게 된 바랑가루Barangaroo.


바랑가루Barangaroo 가는 길

이렇게 후달리는 계단을 내려가
그 공원만 향해 걸었다.

"마음이 너무 쿵덕쿵덕 웅성웅성 사르르사르르거려"
-계단을 내려오며

"마음이 너무 궁금해서 설른설른~(설렌다는 뜻인듯ㅋ)"
"마음에 물음표시가 얼만큼인지 알아? 이마~안큼"
-위에서 본 곳이 어떤곳인지 궁금하다며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곳.


Barangaroo Reserve

지나는 길에 시드니메트로에서 설치해놓은
임시 전시관도 있다.



이곳에도 간단한 만들기체험 있음.
일부러 갈 곳은 아니고
지나는 길이라면 한번쯤.

다시 바랑가루로 돌아와서,
역시 여행은,
기대하지 못했던 발견이
훨씬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Harbour br. @Barangaroo reserve

이곳에서도 멋지게 하버브릿지가 보인다.
산책길의 경치도 끝내준다.



고맙게도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한번에 맨 위까지 올라갔다
산책으로 내려오면서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시내쪽보다 사람이 적어서 좋고
뷰도 끝내주는데
조금전 갔던 천문대만큼 큰 나무그늘이
없는건 좀 아쉽다.
그래도 난 여기가 더 좋다!
파도가 눈앞에서 철썩철썩~


열일한 오늘 시드니 날씨.

푸르고푸렀던 하늘을
몇번이나 올려다봤는지...
돌아가면 이 날의 이 날씨가
눈물나게 그리울 것 같았다.

햇볕은 쨍쨍했지만
더없이 맑고 푸르렀던 하늘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
멋진 경치
이곳에서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를
남발했더니
아이도 덩달아 신이났던것 같다.
-육아는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음-

"새로만든 공원인가봐 너무 멋지다"
라고 했더니,
"공사아저씨 공사해줘서 고맙습니다 이래야지~"

"오늘 날씨가 예술이다" 했더니
"하늘아 고마워~~~"

"햇볕 너무 뜨거워서 어떡해" 했더니
"소세지처럼 익을거 같애"


"엄마 이리와봐 옆에 앉아봐.
바다 좀 같이 보자"

옆으로 가 앉았더니 팔짱을 쓱-
아 기분좋다. 심쿵.
아들엄마들이 아들보고 그럴때 있다던데
딸인데도 설렘.
나혼자 미소 한가득.


"물이 춤을 추네 위로~"
"물이 화가 났나?"
바위에 와서 부딪치는 바닷물을 보며

유명한 곳인데 나만 몰랐나??
암튼 이곳 추천하고 싶다.
달링하버에서 록스나 서큘러키쪽으로 가거나
반대로 이동하는 길에
한두시간 투자하면 될 듯하다.

달링하버로 가는 건 결국 포기하고
가까운 역에서 돌아왔지만
오늘은 어느때보다 행복했던 날.

돌아오는 길에 출발시간이
아슬아슬했던 트레인.
포기하고 다음거 타자고 했는데
"엄마 할 수 있어"라며
포기하지 말라고 같이
달려서 결국 탑승.
아 감동...ㅠㅠ
내가 우울해하거나
힘들다고 할 때
벌써부터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는 우리 아이.
아직 아기 같을때도 있지만
매일 하나씩은 감동을 주는 아이.
오늘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를 적으려다
뜬금없는 아이사랑으로 글을 맺게 된다.
엄마는 어쩔 수 없는것 같다.

 

 

 

 

 

Posted by 마마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