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일정은 까미귄에서 2박후에 까가얀 데 오로로 나와서 1박하면서 레프팅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까가얀 데 오로의 첫인상이 마침 별로 였고, 까미귄은 마치 시골마을에 온 것 같아서,
이 쪽에서 하루를 더 지내는것으로 변경했다.

체크아웃전에 시간이 남아 아침운동 겸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2시간쯤은 걸었던 것 같다.
오토바이나 멀티캡들이 주로 다니는 메인 도로가 아닌, 산 정상을 향해 나있는 길로 올라가봤다.

우리나라에서 삼림욕 하는 기분이다.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이다보니 계속 지대가 높아지는데 이런 산 속에까지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물건 사러 한 번 나가려면 도대체 얼마를 걸어가야 하는건지...

어린 바나나가 매달려 있는 바나나 나무


처음 본 바나나나무가 신기하기만 했다. 마음대로 풀어놓고 기르는 닭들이 유독 많다.
엄마 닭을 쫓아다니는 병아리들은 정말 귀여웠는데...^^

 

바나나잎을 엮어 만든 집


바나나나무가 많이 보이더니 집들도 바나나 잎으로 지은 것들이 많다.

실컷 걸어다니고 달리다가 스트레칭도 하고 맑은 공기 때문인지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체크아웃을 한 후에, 레프팅비도 절약되었겠다, 까미귄에서 그나마 고급인 리조트에서 마지막 밤을 지내기로 했다.
하나는 원래 우리가 있던 곳 근처라 둘러볼 수 있었고, 다른 하나는 가볼수는 없는 곳이었는데 그 쪽으로 정했다.
산속에 있어서 위치가 좀 안좋은데 그 위치가 오히려 끌렸다.
우선 전화로 확인해두고 체크인 시간까지 밥도 먹고 필요한것도 사러 맘바하오로 나갔다.


나가는 길에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모토렐라(Motorela)를 이용했는데, 앞에 탄 아저씨 두분이 한 덩치 해서 자리가 유독 좁아보인다.

모토렐라(Motorela)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아는 곳도, 눈에 띄는 곳도 없어서 일단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칠 기색이 없어 비가 오더라도 나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결정한 곳은 맘바하오에서 흔하지 않은 호텔...
비가 와서 여기서 그냥 묵을까 싶어 알아봤지만 숙박은 별로 였고,
우연히 들어간 이 곳 2층 테라스에서의 식사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딱히 음식이 맛있었다기 보다 그때의 그 분위기와 우리의 느낌으로 잊혀지지 않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Posted by 마마필로 :
1. 세부 시티(Cebu City)에서 까미귄(Camiguin)섬 가기

세부 시티에서 까미귄섬으로 이동하려면 세부 시티의 항구에서 배로 12시간을 이동하거나,
비행기로 까가얀 데 오로(Cagayan de Oro) 시티까지 이동 후 다시 배로 들어가야 한다.

비행기로 까가얀 데 오로 시티에서 까미귄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두가지가 있는데,
마카발란(Macabalan)항구(보통 까가얀 항구라고 함)에서 두시간 정도 가거나,
버스로 발링고안(Balingoan)항구까지 이동 후 배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공항에서 항구로 이동후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지만 배편이 많이 없고,
두번째는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배편이 자주 있고, 차를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차를 옮길 필요가 없는 우리는 당연히 첫번째 루트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예상치 못했던 일 발생.
까가얀항구로 갔는데 오늘은 배가 없다. 예전 빌라테레시타에서도 한번 겪은 적이 있는데 사람이 많이 없다 싶으면 스케쥴이 제멋대로 바뀐다. 평일이라 여행객이 없다보니 이날도 운행을 하지 않나 보다.

어쩔수없이 다시 버스터미널로 이동 후 발링고안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엥? 여기가 터미널? 지금까지 봐왔던 터미널과는 딴판이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터미널인지도 모를뻔했다.
이때만해도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었는데, 이후에 북부여행을 하면서 세부시티가 얼마나 도시스럽게 발달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엔 까가얀데오로 시티의 버스터미널도 양반이라 생각할만큼 낙후된 곳도 많았고,
아직 이런곳이 더 많고, 어쩌면 이런 모습이 필리핀의 현재 모습인지도 모른다.

에어컨버스는 일찌감치 접고, 가장 빨리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바람을 쌩쌩 맞으며 달려 발링고안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달라붙는 트라이시클 기사들에게 속지 않으려고 버스차장에게 물어봤는데 걸어서 못간다고 트라이시클을 타란다.
그래서 탔는데 쓸데없이 터미널을 한바퀴 빙 돌더니 항구로 데려다 주는데 길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이었다.
이런
#!$^$@&$%&#!!! 다 한통속-_-;;;;;;
발링고안 버스터미널에서 항구까지는 걸어서 5분이 채 안되는 거리다.

PORT OF BALINGOAN

물론 다 그랬던건 아니지만, 한번씩 당할수록 '절대 한 명에게만 물어보지 말기', '우선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기'를 실천하게 된다.
이곳은 지역사람들과, 섬으로 물건을 싣고 나르는 차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배편은 늘 있어 어렵지않게 까미귄섬으로 들어갈수 있다.

발링고안과 베노니를 왕복하는 슈퍼셔틀페리

까미귄섬에서도 리조트(휴양지의 리조트를 생각하면 안됨)들이 모여있는곳은 윰빙(Yumbing)이라는 동네다.
까미귄섬, 베노니(Benoni)항구에 내리니 듣던대로 정해진 요금표가 보인다.
나름 금액을 정해놓고 정액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셋이상이라면 할만하다.
그러나 둘이 하기엔 망설여지는 금액이라 선뜻 이용할수가 없었다.

리조트까지 이동하는데만 지프니로 300p를 달라길래 잠시 고민하는데, 마침 바로 옆 지프니가, 같이 배에서 내린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프니였다. 잘됐다 싶어 그 지프니로 맘바하오(Mambajao)까지 이동 후 다른 이동수단을 찾기로 한다.
어느 지역을 가든 스페셜트립이라고 해서 관광객을 상대로 비싸게 받는데
그게 인원수가 많으면 할만하지만 둘일땐 늘 부담이었다.

그래서 항상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나라도 아니고,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역시 맘바하오에서는 멀티캡(Multi-cab, 지프니와 같은 형태지만 8-10명만 탈수있는 작은 차를 이곳에서는 멀티캡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으로 섬 더 안쪽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베노니항구→맘바하오: 23p, 맘바하오→윰빙: 8p)

까미귄섬의 멀티캡

숙소로 오기전에 맘바하오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과일과 먹을거리도 샀다.
리조트로 바로 왔으면 몰랐겠지만 맘바하오는 까미귄섬의 읍정도 되는 곳으로 슈퍼마켓도 두세군데 있고, 시장도 있어서 후에도 두세번 더 왔다갔다 했다. 리조트가 있는 지역에는 구멍가게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맘바하오의 시장1맘바하오의 시장2

체크인 후 눈앞에 보이는 화이트 아일랜드(White Island)부터 가보기로 한다.

2. 화이트 아일랜드

바다 한가운데 덩그라니 하얀 모래가 쌓여 있다.
멀리서 보면 그냥 헤엄쳐서 가면 안되나 싶은데 그럴순 없을테고 주로 리조트에 얘기하면 배로 왕복할 수 있게 해준다.
입장료를 받고 있는게 살짝 어이없었지만 채 10명도 안되는 사람에 그 평화로운 분위기에 금새 모든걸 잊어버린다.

White Island in Camiguin Island

한창 태닝중인 서양인 친구들, 한쪽엔 수영중인 필리피노 가족, 사진촬영에 열중인 커플, 그리고 우리였다.
어느쪽을 봐도 바다이고, 한가롭고, 평화롭다.
나가기를 기다리는 배가 한 두 척 묶여있고, 주변에는 낚시중인 배들이 몇 대 돌아다닐 뿐이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택시,비행기, 버스, 배, 트라이시클, 지프니, 멀티캡을 타고 왔던 험난한 길을 떠올리며
그 모든걸 보상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빌려온 스노클 장비로 열심히 물고기를 찾았는데 이런.. 이곳은 스노클링으로는 좋지 않다.
인공으로 만들어놓은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섬 주위의 바닷속 생물은 죽어있었다. 워낙 수심이 얕기도 했고.
바다와 하늘, 산 그리고 몇 안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모래위에서 여유를 즐겼다.

3. 알덴트 핫 스프링(Ardent Hot Spring)

저녁을 먹고 나니 금새 주위가 깜깜해져 집앞을 나설 엄두가 안난다.
도시처럼 가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다보니 해가지면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다.
아직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지 않는 일반 필리핀 주민들은 순진하고 선한 사람들이 많다고 믿기에 용기를 가지고 나섰는데,
역시나 조금 길거리를 나서니 동네 꼬마들이 그 어둠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놀고있고, 마을사람들도 그 길을 왕래하고 있다.
어두울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알기에 생긴 공포이지, 밤에도 전기로 대낮같이 밝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환경이었던거다.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딱히 할 게 있는건 아니고 온천이 있는데 밤에 가면 더 좋다는 말에 온천이나 가볼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불러 흥정후에 알덴트 핫 스프링으로 간다.
오토바이 조명만 없다면 암흑일 산 속을 몇킬로를 달려 올라가는데 솔직히 무서웠다.
오토바이기사가 갑자기 나쁜 맘을 먹으면 어떡하나, 얼마나 더 가야 할까, 그냥 내일 갈껄 그랬나, 정말 한참을 이생각 저생각 했다.
막상 온천입구에 들어서니 그 어둠과는 달리 화려한 조명과 함께 성업중이었다.




24시간 운영이다 보니 밤에도 사람이 꽤 있었다.

아직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인듯, 외국인은 눈에 띄지 않고, 역시나 요금도 현지인 수준이다.
까미귄섬의 모든곳이 그랬다. 음식점만 빼고.

난 온천 무지 좋아한다. 몸이 찬 편이라 그런지 웬만큼 뜨거운 물에서도 '시원하다'고 느끼며 즐길줄 안다.
필리핀에서 온천이라니 신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온천을 생각하면 안된다.
처음엔 따뜻한물이 신기했지만 우리나라만큼 따뜻한건 아니다. 조금있다보면 식는다는 느낌도 들고.
우리는 온천하면 들어가 앉아서 몸푸는 생각이 강한데, 이네들은 수영을 하면서 즐긴다.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지만 자기전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 잘 풀고 내려왔다며 만족해한다.
우리의 여행은 늘 일정미정.
내일은 어떤 투어를 해볼까 생각하며 첫 날을 마무리 한다.
Posted by 마마필로 :

1. 새로운 섬을 발견하다!



우연히 발견한 까미귄섬(Camiguin Island)은 세부본섬 아래쪽 민다나오(Mindanoa) 지역에 붙어 있는 작은 섬이다.
작은 섬처럼 보이지만 인구가 69,000명에 달했는데, 화산 폭발이 일어난 후로 34,00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느끼기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것 같은 한적한 섬마을의 모습이다. (
까미귄섬 공식 홈페이지 참고)
세부 시티(Cebu city)에서 배로 12시간 이동하거나, 비행기로 까가얀 데 오로(Cagayan de Oro)까지(약 40분) 이동 후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찾아본 여행정보를 바탕으로 하면, 내가 애초에 기대했던 필리핀의 때묻지 않은 바로 그 모습이었다!

도로만 나가면 울려대는 경적소리, 매연, 교통체증, 각종 호객행위들은 때로 세부 시티에 대한 거부감 마저 들게 했기에.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몇 군데 여행을 할 생각인데 그 첫번째가 까미귄이다.
반타얀(Bantayan), 말라파스쿠아(Malapascua), 까모테스(Camotes) 등등 아직 세부지역도 못가본 곳이 많았지만,
이미 한국인들이 너무 많이 다녀간 곳은 제외했다.
그런곳들은 대부분 휴양지 이기도 해서, 이제 리조트에서 또는 해변에서 선베드에 누워 한가로움을 즐기는 여행은 그만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덴 한국 생활에 찌들었다가 와야 역시 제맛이지 싶다.
과연 필리핀에도 휴양지가 아닌 곳이 있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필리핀 북부지역이 제격이었다!
그러다 까미귄을 알게되어 북부지역으로 떠나기전에 먼저 다녀오게 된 것이다.

2. 여행 일정(3박4일)

세부시티에서 갈 예정이라면 감히 하루 일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멀어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섬에 이것저것 볼거리도 많아 적어도 2일, 넉넉히 3일은 잡아도 좋다.
나의 원래 일정은,

1일: 세부 시티→까미귄섬으로 이동, White Island
2일: 섬 투어-Hibok hibok mt., sunken cemetery, old church, old volcano, soda water, st. nino cold spring, ardent hot spring 등
3일: 만띠기섬(Mantigue Island)-스노클링 or  다이빙
4일: 까가얀 데 오로(Cagayan de Oro) city tour-레프팅

이렇게 였는데, 결국 만띠기섬과 까가얀 시티 투어는 하지 못했다.
까가얀은 작기는 했지만 유명 몰들이 들어서 있고, 관광객 보면 한 몫 잡으려는 택시기사, 트라이시클의 분위기를 들어가는 날 느낀후로 1박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무지 길다는 레프팅을 못해봐서 아쉽긴 했지만.

여행자가 많지 않았던 만큼 정보는 없는대로 출발, 직접 부딪히면서 스스로 새로운 사실을 얻고 깨닫고 왔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 정말 여행답다고 느낄때의 짜릿한 맛을 보았다고 할까.
그래서 더욱 뿌듯하고 기억에 남을 나의 까미귄 여행.
다시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Posted by 마마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