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부 시티(Cebu City)에서 까미귄(Camiguin)섬 가기

세부 시티에서 까미귄섬으로 이동하려면 세부 시티의 항구에서 배로 12시간을 이동하거나,
비행기로 까가얀 데 오로(Cagayan de Oro) 시티까지 이동 후 다시 배로 들어가야 한다.

비행기로 까가얀 데 오로 시티에서 까미귄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두가지가 있는데,
마카발란(Macabalan)항구(보통 까가얀 항구라고 함)에서 두시간 정도 가거나,
버스로 발링고안(Balingoan)항구까지 이동 후 배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공항에서 항구로 이동후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지만 배편이 많이 없고,
두번째는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배편이 자주 있고, 차를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차를 옮길 필요가 없는 우리는 당연히 첫번째 루트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예상치 못했던 일 발생.
까가얀항구로 갔는데 오늘은 배가 없다. 예전 빌라테레시타에서도 한번 겪은 적이 있는데 사람이 많이 없다 싶으면 스케쥴이 제멋대로 바뀐다. 평일이라 여행객이 없다보니 이날도 운행을 하지 않나 보다.

어쩔수없이 다시 버스터미널로 이동 후 발링고안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엥? 여기가 터미널? 지금까지 봐왔던 터미널과는 딴판이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터미널인지도 모를뻔했다.
이때만해도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었는데, 이후에 북부여행을 하면서 세부시티가 얼마나 도시스럽게 발달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엔 까가얀데오로 시티의 버스터미널도 양반이라 생각할만큼 낙후된 곳도 많았고,
아직 이런곳이 더 많고, 어쩌면 이런 모습이 필리핀의 현재 모습인지도 모른다.

에어컨버스는 일찌감치 접고, 가장 빨리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바람을 쌩쌩 맞으며 달려 발링고안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달라붙는 트라이시클 기사들에게 속지 않으려고 버스차장에게 물어봤는데 걸어서 못간다고 트라이시클을 타란다.
그래서 탔는데 쓸데없이 터미널을 한바퀴 빙 돌더니 항구로 데려다 주는데 길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이었다.
이런
#!$^$@&$%&#!!! 다 한통속-_-;;;;;;
발링고안 버스터미널에서 항구까지는 걸어서 5분이 채 안되는 거리다.

PORT OF BALINGOAN

물론 다 그랬던건 아니지만, 한번씩 당할수록 '절대 한 명에게만 물어보지 말기', '우선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기'를 실천하게 된다.
이곳은 지역사람들과, 섬으로 물건을 싣고 나르는 차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배편은 늘 있어 어렵지않게 까미귄섬으로 들어갈수 있다.

발링고안과 베노니를 왕복하는 슈퍼셔틀페리

까미귄섬에서도 리조트(휴양지의 리조트를 생각하면 안됨)들이 모여있는곳은 윰빙(Yumbing)이라는 동네다.
까미귄섬, 베노니(Benoni)항구에 내리니 듣던대로 정해진 요금표가 보인다.
나름 금액을 정해놓고 정액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셋이상이라면 할만하다.
그러나 둘이 하기엔 망설여지는 금액이라 선뜻 이용할수가 없었다.

리조트까지 이동하는데만 지프니로 300p를 달라길래 잠시 고민하는데, 마침 바로 옆 지프니가, 같이 배에서 내린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프니였다. 잘됐다 싶어 그 지프니로 맘바하오(Mambajao)까지 이동 후 다른 이동수단을 찾기로 한다.
어느 지역을 가든 스페셜트립이라고 해서 관광객을 상대로 비싸게 받는데
그게 인원수가 많으면 할만하지만 둘일땐 늘 부담이었다.

그래서 항상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나라도 아니고,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역시 맘바하오에서는 멀티캡(Multi-cab, 지프니와 같은 형태지만 8-10명만 탈수있는 작은 차를 이곳에서는 멀티캡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으로 섬 더 안쪽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베노니항구→맘바하오: 23p, 맘바하오→윰빙: 8p)

까미귄섬의 멀티캡

숙소로 오기전에 맘바하오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과일과 먹을거리도 샀다.
리조트로 바로 왔으면 몰랐겠지만 맘바하오는 까미귄섬의 읍정도 되는 곳으로 슈퍼마켓도 두세군데 있고, 시장도 있어서 후에도 두세번 더 왔다갔다 했다. 리조트가 있는 지역에는 구멍가게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맘바하오의 시장1맘바하오의 시장2

체크인 후 눈앞에 보이는 화이트 아일랜드(White Island)부터 가보기로 한다.

2. 화이트 아일랜드

바다 한가운데 덩그라니 하얀 모래가 쌓여 있다.
멀리서 보면 그냥 헤엄쳐서 가면 안되나 싶은데 그럴순 없을테고 주로 리조트에 얘기하면 배로 왕복할 수 있게 해준다.
입장료를 받고 있는게 살짝 어이없었지만 채 10명도 안되는 사람에 그 평화로운 분위기에 금새 모든걸 잊어버린다.

White Island in Camiguin Island

한창 태닝중인 서양인 친구들, 한쪽엔 수영중인 필리피노 가족, 사진촬영에 열중인 커플, 그리고 우리였다.
어느쪽을 봐도 바다이고, 한가롭고, 평화롭다.
나가기를 기다리는 배가 한 두 척 묶여있고, 주변에는 낚시중인 배들이 몇 대 돌아다닐 뿐이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택시,비행기, 버스, 배, 트라이시클, 지프니, 멀티캡을 타고 왔던 험난한 길을 떠올리며
그 모든걸 보상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빌려온 스노클 장비로 열심히 물고기를 찾았는데 이런.. 이곳은 스노클링으로는 좋지 않다.
인공으로 만들어놓은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섬 주위의 바닷속 생물은 죽어있었다. 워낙 수심이 얕기도 했고.
바다와 하늘, 산 그리고 몇 안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모래위에서 여유를 즐겼다.

3. 알덴트 핫 스프링(Ardent Hot Spring)

저녁을 먹고 나니 금새 주위가 깜깜해져 집앞을 나설 엄두가 안난다.
도시처럼 가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다보니 해가지면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다.
아직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지 않는 일반 필리핀 주민들은 순진하고 선한 사람들이 많다고 믿기에 용기를 가지고 나섰는데,
역시나 조금 길거리를 나서니 동네 꼬마들이 그 어둠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놀고있고, 마을사람들도 그 길을 왕래하고 있다.
어두울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알기에 생긴 공포이지, 밤에도 전기로 대낮같이 밝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환경이었던거다.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딱히 할 게 있는건 아니고 온천이 있는데 밤에 가면 더 좋다는 말에 온천이나 가볼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불러 흥정후에 알덴트 핫 스프링으로 간다.
오토바이 조명만 없다면 암흑일 산 속을 몇킬로를 달려 올라가는데 솔직히 무서웠다.
오토바이기사가 갑자기 나쁜 맘을 먹으면 어떡하나, 얼마나 더 가야 할까, 그냥 내일 갈껄 그랬나, 정말 한참을 이생각 저생각 했다.
막상 온천입구에 들어서니 그 어둠과는 달리 화려한 조명과 함께 성업중이었다.




24시간 운영이다 보니 밤에도 사람이 꽤 있었다.

아직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인듯, 외국인은 눈에 띄지 않고, 역시나 요금도 현지인 수준이다.
까미귄섬의 모든곳이 그랬다. 음식점만 빼고.

난 온천 무지 좋아한다. 몸이 찬 편이라 그런지 웬만큼 뜨거운 물에서도 '시원하다'고 느끼며 즐길줄 안다.
필리핀에서 온천이라니 신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온천을 생각하면 안된다.
처음엔 따뜻한물이 신기했지만 우리나라만큼 따뜻한건 아니다. 조금있다보면 식는다는 느낌도 들고.
우리는 온천하면 들어가 앉아서 몸푸는 생각이 강한데, 이네들은 수영을 하면서 즐긴다.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지만 자기전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 잘 풀고 내려왔다며 만족해한다.
우리의 여행은 늘 일정미정.
내일은 어떤 투어를 해볼까 생각하며 첫 날을 마무리 한다.
Posted by 마마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