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써보는 여행기인지..
필리핀에서 돌아온지가 언젠데... 까미귄에 갔다온지가 언젠데...
기억 못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서 사실 쓰기가 조심스럽다.
이래서 여행기는 귀찮아도 그때그때 써야 하는구나 생각하며, 사진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한다.



새벽같이 출발해서 반나절 이상을 까미귄에 도착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 더운 날씨에 계획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짜증도 났던것 같은데 돌아보니 찾아가는 그 시간마저 다 여행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쉬웠던 첫째날, 까미귄으로 가는 길 조차 이제는 추억이다.

빡빡한 계획이 없다보니 여행이 지나치게 여유롭다.
일어나서 간단하게 숙소 주위를 돌아보고 오토바이로 섬의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까미귄 섬에 오면 돌아보는 곳이 몇 군데 정해져 있는데 원래는 걸어서 한바퀴를 돌 생각이었다.
하지만 걷기엔 거리가 너무 멀고 더구나 그 땡볕아래서는 5분도 못가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나가는 많은 스페셜 트립의 유혹을 뿌리치고(가격이 너무 쎔!) 한 오토바이와 흥정해서 300p에 원하는 곳 몇 군데만 들르기로 했다.

sunken cemetery, old church,  sto.nino cold spring

가장 기대하는 곳은 물론 sto.nino cold spring이다!
나머지 두 곳은 지나가는 길에 있기 때문에 잠깐씩 세워서 볼 수 있다.

출처: http://manilenio.com/camiguin-island/

지도에서 왼쪽으로 Hotel표시가 모여있는 쪽(White Island가 보이는 쪽)이 숙소가 모여있는 곳이고,
그 곳을 기준으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sto.nino cold spring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가는 길이다.
섬 동쪽은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는 듯 하다.

Sunken Cemetery


이름 그대로 가라앉은 묘지인데 자세한 스토리는 잊어버렸다.-_-;;
위에서 내려다 보고 찍었는데, 아래로 내려가면 사진에 보이는 줄에 배를 연결해서 사람이 직접 손으로 끌어서 묘지위에 가볼 수 있도록 데려다 준다.
사람도 많았고 굳이 올라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내려가진 않았다.

다음으로 갔던 곳이 old church.
예전에도 몇 번 오래된 교회나 성당을 가긴 했는데 종교가 없어서인지 큰 감흥이 없었다.
세워주길래 한 번 들어갔다 나온 곳.


old church


지금은 이용되지 않는 곳이고, 잘 보관되었다는 느낌도 없어서 교회 자체는 좀 실망스러웠는데
뒤뜰?에 있는 나무가 정말 멋졌다.
한 백년쯤 되었을까. 카메라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큰 나무가 한그루 있다.


이렇게 관광을 대충 마치고 내마음이 이미 가 있던 곳. cold spring으로 달렸다.

 

역시나 사람은 많지 않다.
워낙 덥다 보니 낮에는  cold spring을, 밤에는 hot spring을 찾는다.
주위는 나름 조경을 해 놓았는데 바닥은 자연 그대로라서 맨발로 놀기엔 좋지 않다. 자잘한 돌모래 바닥이어서 아쿠아슈즈를 신어도 신발안으로 모래가 들어온다.
그래도 시원한 물에 수영하는 건 너무 신난다!


우리가 노는 동안 오토바이 아저씨는 시간약속을 하고 밖에서 기다려 주신다.
입장료도 단돈 20p,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대형 튜브 대여료가 15p. 현지인 적용 가격 그대로다
돌아가는 길에 입구 근처 기념품 가게에서 샀던 45p짜리 동전지갑은 지금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간단하게 먹을것도 살 겸 해서 맘바하오에서 내렸다.

역시 해가 좀 떨어져야 돌아다닐만 하다.
맘바하오는 마켓 외에는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서 뭐가 있나 보니 뒤편이 이런 공원이 있었다.
론리플래닛 들고 큰 가방메고 혼자 여행중이던 서양아저씨도 만났다.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싶어 오토바이 운전해준 아저씨에게 유명한 식당이 어디냐고 물었다.
몇 번 설명을 해주더니 설명하기가 좀 복잡했는지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내려준 곳이 이 가게 앞이었다.
빵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안에 들어가니 정말 딱히 먹을게 없었다.
현지식도 잘 먹는 우리인데, 여긴 좀 아니다 싶어 그냥 나오고 말았다.
기억나는 한 테이블이 있는데,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남녀학생들이 빵을 시켜서 탄산음료와 먹고 있었다.


그거였다. 여기선 빵을 샀어야 했다!
정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간판에 보이는 저 그림. 돌아가는 배에서 유독 많은 사람들이 저 로고의 상자를 들고 있어서 도대체 저게 뭘까 했는데, 우리가 경주 가면 경주빵 사는것처럼, 까미귄에 오면 사가는 유명한 빵이었다.
여기 아니면 안팔꺼 같아서 나중에 배에서 사긴 했는데 맘바하오에서 못샀던게 내내 아쉬웠다.
정말 까미귄 말고 다른데선 보지 못했다. (유사상표 주의. vandep이 원조인듯)

돌아가는 길에 배안에서 구입했던 Pastel


결국 먹을 만한 곳을 못 찾고 먹을거좀 사서 멀티캡타고 들어가서 숙소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기하게 일정을 짜지 않아도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어떻게든 알차게 채워져 나가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게 아니다.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공기를 마셨다는 것, 그 자체가 모두 여행이었다.

Posted by 마마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