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4.

 

어제의 눈물바람 이후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걸 했으면 좋겠냐고.

아이의 대답은-트레인 타는건 싫다

이유는-많이 걸어야 해서

이번 여행하면서 유모차를 갑자기 많이 밀었더니

오른쪽 손에 무리가 갔다.

손가락 관절과 손목을 쓰기 힘들어서

트레인타고 나갈때는 안된다고

선언했더니 아예 나가기가 싫다고한다.

 

가장 하고 싶은건

집에서 가지고 온 장난감으로 하는

역할놀이

-내가 젤 싫어하는건데ㅠ-

그런 다음 동네에서 놀자고

-엄마가 나가고 싶어하니까-

 

원래 그런아이이긴 했다.

한국에서도 집에서 노는걸

너무나 좋아했던 아이.

굳이 밖에 나가자고 한적이 없던것 같다.

늘 답답하고 힘들어서

데리고 나가려고 애를 쓴건 나였다.

 

아.. 이럴거면 왜 왔을까 싶다

역시 내 욕심이었나..

그래도 환경은 너무 좋다.

 

징그럽게도 드나들었던 이비인후과.

몇달이나 항생제를 끊지 못하고

습관처럼 먹었던 이비인후과 약들.

오기전에도 워낙 많이 가서

처방전으로 약을 한달치나 받아왔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코막힘 콧물

코를 비비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병원 안가고 약을 안먹으면

더 심해지고

약먹으면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됐기에

끊지 못하고 항생제가 들어간

독한 약을 먹였지만

먹일 때마다 맘이 아픈것도 어쩔 수 없었다.

더이상 그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잘 온 것이다.

 

뭘 자꾸 하려고 하지 말자.

시간이 되면 하고 아니면 말자.

나와 아이의 인생에 언제 또 이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오후 느지막히 집을 나가

강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지나며

걷다가 문득,

'그래 그냥 이런 일상을 바라고 온 거 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뭔가를 하려고 온게 아니었다.

그래서 계획이 없었다.

언제든지 맘놓고 집밖에 나갈 수 있기를

잔디가 있는 공원을 걸어갈 수 있는 곳

맑은 하늘과 공기

그것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도의 반쯤은 광고판이 차지하거나

걸쳐서 주차된 차들

유모차가 다니기에 너무 불편했던 인도

울퉁불퉁에 길도 자꾸 끊어짐

유모차로는 꿈도 꾸지 않았던 대중교통

미세먼지

공원가서 뛰놀게 하려면

일단 내차를 움직여야 했던 곳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뭔가 자꾸 하려고 하지 말자.

조급해 하지 말자.

되는대로-

 

이렇게,

뭔가 하지 않고

일상을 감사하며 보낸 하루였다.

 

 

Posted by 마마필로 :